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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유학생일기


제 목 | 북경제2외대 - 유학생 후기(3)

작성자 : 고양이 咪 咪 작성일 : 2013-12-27 조회 : 1621


어학연수 생활 2개월이 지나고 있다.

사람은 적응력이 대단하다. 어디서건 자신에 맞는 라이프 스타일을 찾게 된다.

오늘은 51일 노동절이다. 노동절이 수요일인데, 중국은 대체휴일법이 있어 토, 일 수업을 하고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가 공식 연휴다.

지난 44일 목요일도 청명절(淸明節)이라서 4일간의 황금연휴가 있었다.

워낙에 지리적으로 큰 나라여서 이동시간이 많이 걸리니 연휴를 이렇게 묶는 대체휴일법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2편에서 언급했듯이 내 경우는 좀 특별한 유학생활이다. 중년의 나이에 홀연히 떠나왔으니, 일반적인 경우는 아닐 것이다. 한국에서 방송통신대를 다니면서 늦은 나이에 학구열이 대단하신 분들을 많이 보았다. 그런 분들이 행여 유학까지 꿈꾸고 있다면 내 얘기가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 학우들이 나에 대한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한국 사회는 호칭에 대해 매우 자유롭지 못하다. 같은 학생 신분이면 좀 편하게 대해도 될 것 같은데, 호칭이 애매해서 애써 멀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모~! 하면서 다가오면 난 금새 얼굴이 붉어지며 당황하게 된다. 한국에서도 그런 호칭을 들어 본 적이 없는 터라 이곳 외국 유학생활에서 그런 호칭은 더군다나... 한국사회의 호칭 인플레이션, 정말 싫다.

누구나와 잘 어울리면 좋겠지만 내 성격이 수더분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어설픈 관계보다는 차라리 혼자인 걸 더 즐긴다. 혼자서 돌아다니는 게 더 편하고 자유롭다. 주중에는 학교와 학교주변 재래시장을 주로 다닌다. 서울에서는 보통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전시 오프닝을 하는데, 이곳은 토요일에 전시오프닝이 있어서 주말에는 미술 전시장을 자주 찾는다. 아니면 벼룩시장 구경도 재미있다. 혼자 다니면 쑥스러움이 좀 덜 한 것 같아 중국인과의 어설픈 대화도 시도하게 된다. 이곳 학교에서도 용기만 있다면 중국인은 얼마든지 사귈 수가 있을 것이다. 마을 같은 학교니까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아저씨도 아줌마도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어딜 가든 다 제 하기 나름 아니겠는가. 의지가 곧 재능이라는 말은 타당하다.

 

우리 반은 30명이 정원이다. 한국학생 비율은 절반 정도. 대략 25명 정도가 수업을 듣는 것 같다. 초급반은 학생 수가 너무 많다. 룸메는 중급반인데 12명 정원이란다. 그 중에 한국학생이 10, 외국인 학생이 2. 그래서 한국 학원 같은 느낌이라고 재미없다고 한다. 우리 반은 다양한 외국인이 있어서 재미는 있는데 학습 밀도가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라오스들도 모두 착하고 편하게 해준다.

지난주에는 중간고사가 있었고, 阅读수업 시간이 이번 일요일에 있었는데 시험 성적을 알려주었다. 상위권 몇 명을 호명해줬는데, 내가 그 중에 있어서 설핏 웃음이 나왔다.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데, 성적은... 젊은 학우들은 나보다 분명 어휘력이 짧은데도 라오스 얘기가 잘 들리는가 보다. 나이 탓일까? 난 이해력이, 순발력이 부족한 것만 같다.

2학기 때는 학교를 옮긴다는 학생도 있지만 난 사람 사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기숙사도 맘에 들고, 문화생활도 관심만 있다면 서울보다 못하지 않고, 해서 2학기 때도 이곳에 있을까한다.

 

유학생활은 대체로 만족이다. 공부하는 것도 별로 스트레스가 없고 마치 휴가라도 받은 냥 느긋하게 하루하루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유럽에 살고 있는 친구한테 들은 얘기지만, 유럽은 지루한 천국이고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라고... 이곳 유학 생활이 내게는 그런 느낌이다. 다만 난 지루한건 아니고 고요하다고, 평화롭다고 얘기하고 싶다.

우리학교 주변에는 재래시장이 많이 있어서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가 있고 시장구경 삼아 산책도 자주 나간다. 난 프랜드차이나 원장님께 주방 있는 방을 배정해 달라고 특별이 부탁을 했던 건데, 임 원장님이 신경을 많이 써 주신 덕분에 원하는 방에 기숙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난 2호동 기숙사가 아주 맘에 든다. 오래된 호텔 같은 느낌의 기숙사는 깨끗하고 주방이 있어서 밥을 해먹는 재미도 있다. 외부사람 출입이 엄격하여 24시간 데스크에서 지켜주고 바로 옆 매점도 24시간 간단한 먹을거리를 구할 수 있다. 5층 건물이라서 정감 있고, 외국인 비율이 더 높은 것도 맘에 든다. 학교에서도 중심지역이라 캠퍼스 산책하기 좋고, 기숙사 자랑을 너무 한 것 같은데, 내게는 딱 알맞은 편안한 기숙사다.

참고로 우리학교는 1인실이 없다고 되어있는데, 원하면 준다. 혼자 쓰는 학생들 더러 있다.

겨울에는 난방이 잘 나와서 춥지 않았는데 난방이 끝난 봄 새벽녘에는 추워서 결국 전기요와 전기요 위에 깔 담요를 구입했다. 전기요 1인용 25, 담요 싱글 29. 이곳 재래시장에 가면 생필품이 무척 싸다. 먹을 것도 정말 저렴해서 음식 재료는 제일 좋은 걸로 구입하는데 망설임이 없다. 주방용품도 처음에는 재래식 시장이 있는지 모르고 슈퍼에서 구입했는데, 이쁘지도 않고, 튼실하지도 않고 가격도 저렴하지 않다. (서울의 다이소가 무척 그리웠다.) 물론 좋은 물건은 비싸지만 1년 쓰고 버리고 갈 거라고 생각하니 재래시장 가서 서민들이 쓰는 저렴한 물건으로 사게 된다. 밥솥은 70원 주고 샀는데 그럭저럭 쓸만하다.

냉장고 랜탈은 기숙사에서 해준다. 한 학기 200원인데, 그중의 100원은 보증금이다. 냉동실 없는 작은 냉장고다. 그것도 서두르지 않으면 금새 마감된다. 우리는 좀 늦었더니 없다 길래 시장가서 랜탈했다. 큼지막한 걸로 1500, 그중의 250원은 보증금으로 사용 후에 돌려받는다.

인터넷은 1달 사용료 90원 걸로 했다. 무선공유기를 준비해오면 설치도 해준다. 그래서 와이파이도 쓸 수 있고 한국과 무료 통화도 할 수 있으니까. 이런 것들은 룸메와 함께 하는 거니까 모두 반액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교통편도 나쁘지 않다. 전매대 쪽으로 나가면 우리가 1호선이라고 말하는 八通线이 있고 북문 쪽으로는 6호선 褡裢坡역이 있는데 모두 15분 걸이이다. 그리고 왕징 이라는 한국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가 있는데, 그곳도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서 여기 음식 먹기 힘든 학생들은 그곳 한국 슈퍼에 가서 김치나 먹을거리를 사오기도 한다. 그리고 택시비가 저렴하니까 몇 명이 모여서 택시를 이용하기도 한다.

부족한 것은 없다. 너무나 가까운 이웃나라이고 음식 재료들도 한국과 비슷해서 조금만 여유를 갖고 살펴보면 필요한 건 다 구할 수가 있다.

 

종합 감기약 꼭 필요하다. 1달 이내에 한국학생들 대부분이 통과의례처럼 한 번씩 아픈다. 먹는 것이 시원찮고, 흙먼지 바람에 날씨는 건조하고 우중충하고 공기가 정말 좋지 않아서 적응하는 기간에 감기 몸살을 앓는 것이다. 다 낳았다고 생각되어도 한 번씩 외출했다 돌아오면 다시 목감기 증상이 나타나서 약에 의존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난 이제는 생강과 대추를 꿀에 절여놓고 그 차를 자주 마신다. 효과가 정말 좋다. 베이징생활에서 나에게 생강차는 필수음료가 되어버렸다. 주변 학생들에게도 많이 권해주었다.

 

어학연수를 준비하면서 서울에서의 계획 중에, 입학하면 운동은 수영을 하고, 사진동아리에 들어서 중국인 대학생들과 출사도 가고 그래야지, 했었다. 수영장에 가보니, 시험을 봐야한단다. 깊이가 다 달라서 안전을 위해서... 에고, 귀찮아... 패스... 동아리도 물어보니 신학기에 모집을 한다고, 이곳은 9월 학기가 신학기라서... 좀 더 적극성을 띠면 들어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짧은 말로 알아듣지도 못한 채로는, 역시 용기가 없으니 귀차니즘이 나를 합리화하게 만든다.

 

유학원에서 준 자료에서는 교재비가 200원 있었는데, 교재비 언급이 없다. 다른 학생들에게 물어봐도 교재비 안냈다고 한다. 교재비 무료. 등록비가 다른 학교에 비해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거기에 포함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느긋하게 살아도 되나? 불안?!, 그런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다음 학기로 미뤄놓고, 이번 학기는 수업 과목에만 성실이 임하고, 이곳 생활에 적응하면서, 관망하면서 그렇게 여름방학 2달과 다음 학기를 준비하기로 한다.

 

 

그리고 일상

2편에서 언급했듯이 이곳 대학은 마을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나이 많은 나에게도 느긋한 일상생활과 같은 대학생활이 금새 익숙해져 버렸다.

5일 오전수업 마치면 기숙사 들어와 점심을 먹고, 중국 사람들의 습관처럼 낮잠을 자고, 책을 보거나 컴 써치를 하거나 예습 복습을 하고, 5시경이면 산책을 하거나 시장을 보고, 다시 저녁을 해먹고, 그리고 나면 고양이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산책을 나가고...

중국 사람들은 동물들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길고양이들에게 지극한 정성을 보여준다. 날마다 여러 가지의 밥과 신선한 물, 그리고 때로는 치료도 해주고 약도 먹여주고, 곁에서 고양이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지켜보며 부족한 것은 없는지, 어디가 불편한 데는 없는지, 애정을 다한다. 그래서인지 고양이들도 사람들을 굳이 피하지 않는다. 오라고 손짓하며 부르면 와서 잠시 곁에 있어주는 너그러운 녀석도 있다. 강아지들도 목줄 없이 산책하고 짖는 법도 없고 사람들에게 꼬리를 흔들며 과한 애교를 부리지도 않는다. 시장 길을 돌아다니는 큰 개들도 주인 없이 그냥 돌아다녀도 누구하나 불편해 하지 않는다. 서울 양재천에서 친구네 강아지 두 마리와 산책할 때면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과 자주 시비가 붙었던 그런 일들은 이곳 중국에서는 없는 모양이다.

 

미장원 에피소드

짧은 생머리인 나는 혼자서 앞머리만 다듬고 미장원 가는 걸 미루다 미루다 어느 화창한 봄날 충동적으로 미장원을 찾기로했다. 베이징 살이 10년째인 친구가 말도 안 통하는데 어쩌려고 그러냐고 다음에 자기가 같이 가주겠다고 말렸지만 난 괜찮아 중국에 왔으면 중국미장원에서 중국스타일로 해보는 것도 재밌지 않겠어. 간난이 머리라도 좋아. 난 어떤 스타일도 소화할 수 있어.” 반은 농담 반은 잘난 척, 그렇게 학교에서 전매대 쪽으로 나와서 첫 번째 미장원으로 들어갔다. 인테리어도 촌스럽지 않고 미용사 아저씨들도 제법 꽃미남이었다. (중국은 미용사들이 거의 대부분이 남자) 가격표를 보여주며, 10030원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난 씩씩하게 30원 걸로 하겠다고 했다. 우리학교 북문 쪽 미장원은 15원 이라고 해서 30원이면 나쁘지는 않겠지, 생각했다. 가장 젊은 남자가 와서 준비를 하며 어떤 스타일을 원하느냐,고 묻는다. 짧은 단어로 헤어스타일 사진첩을 달라고 해서 원하는 스타일를 알려주었다. 엉성한 손놀림, 완전 초보 같았지만 기왕 맏기기로 했으니 참아보자 했다. 그런데도 점점 불안해진다. 그 즈음 머리를 털어내며 마무리를 하는 것이다. 물어보니 다 끝났다고... 아니, 앞머리 옆머리는 자르지도 않고, 100원 인데 30원 어치만 잘랐나? 100, 30원이 그 말이었나? 뒷머리만 완전 상고머리, 쥐 뜯어 먹은 것처럼 잘라놓고 다 했다니... 나는 어안이 벙벙하여 거의 울 듯 한 얼굴로 두리번거렸다.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보고 있다. 웃음을 머금은 사람, 시선을 돌리는 사람, 등등... 정말 조롱당한 느낌, 아까 친구한테 잘난 척했던 벌인가, 이건 뭐지?!,. 나 삭발해야하나, 이 머리로 어떻게 다니지? 정말 울 뻔한 그 표정으로 하는 수 없이 계산대로 나와야했다.

계산하는데, 다른 미용사가 다가와 자기가 좀 손봐주면 안 되겠느냐? 돈은 받지 않겠다.” 그런다. 어떻게든 지금 이 상태만 아니면 될 것 같았다. 혼자가지 말라고 말렸던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확실한 통역을 부탁했다. 전후 사정을 말하고, 이렇게 말하는 것 같은데, 확인 좀 해달라고. 내 말이 맞다고 한다. 다시 준비를 하고 머리를 자르는데, 아니 이 사람은 완전 선수가 아닌가? 이 정도면 참아줄 수는 있겠다. 하마터면 삭발할 뻔했는데... 난 그나마 마음이 풀어져서 20원을 더 얹어 50원을 줬다. 30원만 받겠다고 미안하다고 한다. 다음에 오면 아저씨를 찾고 싶은데 얼마냐? 물으니 100원 이란다. 명함을 달라고 해서 보니, “예술 총감독이다. 이곳 미장원의 이름은 東方ㅇㅇㅇ沙龍우리식으로 하면 동방...싸롱”... 나중에 주변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미장원 갔다가 울고 나오는 여자들 여럿 있다고 한다.

 

*사진을 올릴까 생각했으나, 원고도 길어지고 우리학교에 대한 사진들은 카페 <스준중유 대학탐방기>에 들어가면 정윤철 실장님이 필요한 건 너무나 잘 정리해 올린 게 많아서 생략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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